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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이야기] 향수 향이 달라지는 이유

맡아봤던 향인데 다르게 느껴지는 향

분명 시향을 해보고 구매한 향인데, 막상 구매하고 나니 내가 느꼈던 향과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 향수 구매할 때 꽤 심심찮게 보이는 케이스입니다.

다른 사람이 뿌린 향이 좋아서 똑같이 구매했는데 향이 다르거나, 분명 시향을 했는데 그때 맡았던 향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죠. 그렇다고 그게 다 가품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품 향수를 구매해도 이런 일은 발생해요. 오늘은 그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향수를 뿌리고 있는 사람의 손.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향수를 들고 있다.
향수를 들고 있는 이미지

다른 사람이 뿌린 향과 내가 구매한 향이 다른 이유: 사람마다 발향이 다르기 때문

향수 구매 계기는 다양하지만, 특히 다른 사람이 뿌린 향이 너무 좋아서 물어보고 따라 사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정말 내가 맡았던 향과 다르게 느껴질 확률이 꽤 있습니다. 향수가 정말로 사람마다 발향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이게 그 향수가 완전히 다른 향수로 느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달콤한 과일향 향수를 뿌렸는데 그게 B라는 묵직한 우디향 향수로 느껴질 정도로 그 향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두 사람의 피부에서 A가 다르게 발향된다 해도, 지나가는 사람이 느낄 땐 두 사람 모두에게 A 향수의 향을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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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람마다 살성이 다르다보니 피부 위에 직접 뿌렸을 때 향의 뉘앙스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건 제가 제 친구와 동시에 같은 향을 착향하면서 확인한 부분인데요. 르라보의 떼마차를 제가 뿌렸을 때는 그냥 시향지와 비슷한 향이 났는데, 친구가 뿌리니 상당히 꼬릿한 느낌이 강하게 발향되어서 둘이 같이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어요. 반면 이 친구에게는 메종프란시스 커정 바카라루쥬가 아주 달달하게 발향되었는데, 제 피부에서는 훨씬 날 선 쇠 향이 지배적으로 올라왔죠.

즉, 피부 타입에 따라 달라진다 해도 전반적인 향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 코가 그 향을 좋게 느낄지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뿌렸을 땐 너무 달콤하고 좋았는데, 내가 뿌리니 뭔가 울렁거리고 머리아픈 향이 될 수 있다는 거죠. 특히향이란 게 뿌린 사람의 만족도를 위해 뿌리는 게 가장 크다보니, 본인이 가장 밀접하게 느끼면서 향이 달라지는 것도 더욱 민감하게 캐치하는 것 같아요.

 

시향지로 맡았던 것과 향이 다른 이유: 시향과 착향의 차이 때문

이 역시 앞서 설명한 것과 비슷한 이유입니다. 피부에 따라 향이 다르게 발향될 수도 있으니, 시향지에 뿌려서 맡아본 것과 피부 위에 직접 착향한 것 역시 향이 다르겠죠. 그래서 시향지로만 맡아보는 것 역시 안전한 구매 방법은 아닙니다. 가장 좋은 것은 본인 피부에 착향해보고 잔향까지 맡아보는 거예요.

저도 이런 식으로 몇 가지 향을 구매했다가 제 피부에 맞지 않아 다시 눈물을 머금고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분명 시향지로 좋았는데 착향하니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향이 되더라고요. 반대로 시향지에서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향이 착향 후에 좋은 향으로 발향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물론 시향은 커녕 착향도 어려운 경우가 있죠. 매장이 가깝지 않다든가 하는... 그럴 때는 결국 블라인드 구매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블라인드 구매 시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여유가 된다면 향수는 반드시 착향까지 해보고 구매하시는 게 좋습니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대중교통 안, 비 오는 날, 더운 날씨, 몸이 안 좋은 날 등 여러 조건에서 나에게 어지럽게 느껴지지는 않은지까지 확인하면 더욱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