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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제본기 카피어랜드 RM1100

가정용 제본기가 필요한 이유

저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요, 그 중에서는 저희 어머니나 아버지와도 함께 공부 중인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책을 사람 수대로 사는 것은 공간도 너무 차지하고 가격도 부담스러워서 그냥 한 권으로 돌려보고 있는 책도 많았어요. 그러다 결국 제가 대대적으로 책을 스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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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저대로 아이패드에 넣어 다니는 것이 편하고, 아버지나 어머니는 보고 싶은 내용만 인쇄해서 다니기도 편하고, 집에 책 원본을 제본해서 두면 되겠다 싶었죠. 그래서 스캐너와 책 절단 칼을 사서 책을 모조리 파쇄하고 스캔했어요. 문제는 이 책을 그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야 아이패드로 보는 방식이 편하지만, 어머니나 아버지는 그래도 하드카피로 보는 방식이 편한 세대시기 때문에 원본 책을 다시 복구해놔야 했어요. 그리고 두 분이 같은 책의 다른 파트를 보고 싶을 때도 있어서 마침 제본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학원에 제본기가 있었어요. 그 생각이 나서 제본기를 찾아봤습니다.

 

카피어랜드 RM1100 제본기

스캐너에 돈을 많이 쓴 직후라 제본기까지 비싼 걸 살 여력이 없었어요. 다행히도 제본기는 저렴한 모델로 가정용 제본기가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카피어랜드 가정용 제본기인 RM1100을 선택했습니다.

이 모델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가장 먼저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습니다. 4만 원 대에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어차피 저렴한 모델을 살 거라면 가성비가 가장 좋은 모델을 구입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링 제본 방식이라 많은 양의 종이를 제본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장점이었어요. 최대 450매까지 제본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와이어링 제본기는 최대 120매까지밖에 제본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집에 있는 책이 700페이지가 넘는 것들이 많아서 제본을 해도 두꺼워질 수밖에 없었거든요. 와이어링 제본 방식이 튼튼해 보이긴 했지만 제본 가능한 종이 매수가 너무 적어서 플라스틱 링 제본기를 선택했습니다.

기본으로 주는 표지 종이와 링이 있긴 했지만 저는 더 두꺼운 링과 책을 보호할 수 있는 플라스틱 표지가 필요해서 22mm 링과 pvc표지 모두 따로 구입했습니다. 카피어랜드 네이버 스토어팜에서 구입했고, 다 합쳐서 6만 원 대에 구입했어요. 가격대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균형이 안 맞아...불량인가?

처음 제품을 받아 봤을 때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기대에 부풀어서 꺼내 책상 위에 놨더니 기우뚱거렸거든요. 불량인 줄 알고 너무 실망스러워서 불량 교환 요청을 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 날 수거해가시더라고요. 일 처리가 굉장히 빨랐어요. 그런데 전화가 와서 하시는 말씀이, 가정용 제본기는 원래 다 이렇다고 다른 제품을 구매해도 이럴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이게 불량이 아니라 저렴한 모델이라 그렇고, 만약 이렇지 않은 제품을 원한다면 고가의 모델을 구입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뭐 뚫고 자르는 기계는 좋은 거 사야 한다던 말이 머리를 스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죠ㅠㅠ 그래서 그냥 돌려받았습니다. 제가 좀 더 자세히 문의했다면 좋았겠지만, 제품 설명에도 이런 부분은 써 주셨으면 싶기는 했어요.

만약 이 제품을 구입하려는 분들이나 혹은 저가의 다른 가정용 제본기를 구입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이런 디테일을 꼭 미리 확인해보시길 바라요. 문의를 보면 이 제품은 pp 반투명 표지도 안 잘린다고 하더라고요. (제품 설명에는 한 장씩 하면 된다고 써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고 조금 더 얇은 pvc 투명 표지로 구매했는데, 이런 사항은 제품 설명란에는 잘 써있지 않아요.

제품 설명을 너무 믿지 마시고, 구입 전에 미리 자신한테 필요한 사항을 업체 쪽과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알아본다고 알아봤는데도 이런 일이 있어서 괜한 시간을 버렸고, 업체 분들도 괜히 귀찮게 해 드린 셈이 되었어요. 어쨌든 그래도 다시 제품이 잘 돌아왔습니다. 배송은 정말 빨랐어요. 구성품은 제품 본체, 손잡이, 설명서, 테스트 천공용 용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쉽게 사용 가능한 제본기

손잡이는 분리된 상태로 오는데, 조립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딱히 설명서를 볼 필요도 없었어요. 본체 오른쪽에 있는 까만 원형 버튼을 돌려서 분리한 다음 거기에 손잡이를 맞게 끼워 주면 됩니다. 이 때는 설명서 사진을 보고 손잡이 방향을 맞게 해 줘야 해요. 그리고 분리했던 까만 버튼을 다시 돌려 넣어 조립해주면 됩니다. 그러면 조립은 완성이에요. 그 상태로 원하는 위치에 두고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테스트 천공을 여러 번 해 주어야 해요. 안에 기름칠이 되어 있기 때문에 종이에 기름이 많이 묻습니다.

 

 

카피어랜드에서는 테스트 천공용으로 용지를 이렇게 제공하는데, 저는 이 점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의외로 집에 이면지 없는 집도 있지 않나요? 천공이란 문서를 제본하기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을 말하는데, 지금 사진에 보듯 제본기를 받으면 처음에는 천공 날 쪽에서 정말 기름이 많이 묻어 나와요. 본체에는 없지만 안쪽 칼날 쪽에는 많이 묻어있습니다. 그래서 그걸 없애기 위해 안 쓰는 종이로 수 차례 천공을 미리 해 줘야 해요.

카피어랜드에서 제공한 용지에는 영어로 사용 전에 최소 6번 이상 이 종이에 천공을 미리 해서 기름기를 없애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건 한국어로 만들어 주셨어도 좋았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점은 제품 설명에도 미리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라 괜찮았어요. 이 테스트 천공용 종이는 한 번 천공한 후 그 부분을 잘라서 쓸 수 있도록 절개선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박스용지로 되어 있더라고요. 이걸로 저는 8번의 천공을 미리 해본 후 사용했는데, 그 뒤에는 종이에 기름기가 묻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본체 뒷면에는 천공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레버가 있어요. 영어로 paper margin이라고 써있습니다. 천공 깊이란, 제본하기 위해 종이에 구멍을 뚫는 천공을 할 때 구멍이 얼마나 종이 안쪽까지 들어가게 뚫느냐를 말합니다. 천공 깊이 숫자가 작을 수록 종이 가장자리에 가깝게 구멍이 뚫리고, 숫자가 클 수록 종이 안쪽으로 깊게 구멍이 뚫립니다. 많은 양의 문서를 제본할 때는 천공 깊이를 깊게 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고 너무 깊게 하면 문서 내용에 너무 가깝게 제본돼서 불편할 수도 있겠죠. 이 부부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저는 대체로 두꺼운 책을 제본할 생각이라 4로 조절해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50매 미만이라면 천공 깊이는 3 정도로 해도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3이라고 해도 막 종이 아주 가장자리에 뚫리는 게 아니예요. 그 이상을 할 예정이라면 4 정도로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 제본기 최대 제본 가능 매수가 450매인데, 그 정도까지 간다면 천공 깊이를 5로 조절하겠죠? 이 점은 각자 한 번씩 테스트를 해본 뒤에 자신에게 맞는 깊이로 조절해서 쓰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RM1100 가정용 제본기 천공 잘 될까?

결국 제본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천공이 잘 되느냐입니다. 시험 천공을 몇 가지 해 보았습니다. 일단 사진에 보이는 종이는 이면지라 스테이플러 사용 자국이랑 끝 부분 종이가 찢어진 점은 감안하고 봐주세요. 종이를 적게 넣으면 깔끔하게 구멍이 뚫립니다. 왼쪽 첫 번째 구멍이 덜 뚫린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이면지라 뒷장이 스테이플러로 찢어진 부분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다만 종이가 많아지면 빡빡해지고, 심지어 너무 많으면 칼날에 종이가 박혀서 뚫리지도 않고 종이가 나오지도 않는 위험한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겨우 천공해서 십년감수하며 종이를 꺼냈답니다; 저처럼 성격 급하게 하지 마시고 한 번 천공 매수는 10장 정도를 지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많은 종이를 자를 때는 심지어 본체가 약간 휘기까지 합니다. 힘이 약하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너무 무리하면 고장날 것 같으니 권장 매수를 꼭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에 천공 가능한 최대 매수는 12장이라고 되어 있어요. 이건 다른 가정용 제본기도 거의 비슷합니다.

이 점을 지켜준다면 종이 천공은 전혀 문제가 없이 깔끔하게 됩니다. 다만 천공 되는 구멍이 길쭉한 방식이다보니, 종이 한 쪽에 구멍이 쏠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구멍이 모두 종이 중앙에 나란히 간격을 맞춰 천공 되도록 잘 맞춰서 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A4용지나 A5용지는 맞춤 선이 있는데 그 외 사이즈는 없어서 자기가 직접 간격을 맞춰야 해요. 용지 가이드가 있어서 이 부분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만 pvc 천공할 때는 그다지 절삭력이 좋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p보다 더 얇은 pvc를 선택해서 한 장씩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왼쪽에서 세 번째 구멍은 항상 천공이 덜 되어서 나왔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손으로 떼어내야 했는데, 안 잘린 건 아니지만....칼날 하나가 다른 것보다 좋지 않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그렇지만 이것도 가정용 제본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그냥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pp 반투명 커버는 정말 안 잘릴 것 같아요. 가정용 제본기를 사용하실 거라면 반드시 이 부분을 확인하고 구매하시기 바랍니다.

 

 

링 벌림걸이에 플라스틱링을 끼워서 벌린 모습
종이 끼우기
제본 완료되면 이렇게 닫힙니다.

플라스틱 링 제본하기

제본하는 방식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예전에 학원에서 쓰던 건 코일링 제본기였는데, 아무래도 이것보다 비싼 거라 힘이 좋아서 제본이 엄청 잘 되긴 했지만, 코일링을 수동으로 끼워야 했거든요. 그게 생각보다 꽤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천공을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구멍이 균일하지 않아서 링이 잘 끼워지지도 않아요.

이 제본기는 그에 비해 제본 방식이 편리합니다. 먼저 플라스틱 링을 링 벌림걸이대에 올린 후 제본레버를 밀어서 링을 벌려줍니다. 이 때 링의 고리가 안 쪽으로 향하도록 걸어줘야 벌린 후에도 종이를 걸 수 있어요. 그리고 벌어진 링에 pvc커버 - 내용물 - pvc커버 순으로 제본물을 걸어줍니다. 순서를 잘 지켜줘야 나중에 결과물이 깔끔합니다. 걸 때 좀 더 쉽게 하려면 미리 천공할 때 구멍을 깔끔하게 뚫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 끼운 후에는 제본레버를 당기면 링이 닫히면서 제본이 완료됩니다.

 

가정용 제본기 RM1100

결과적으로 저는 꽤 만족합니다. 가격 대비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공간 차지하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벌써 두 권의 책을 제본하고 나니 결과물이 나쁘지 않네요. 다소 디테일이 떨어지는 점, 그리고 힘이 약한 점은 가격이 저렴한 것을 생각하면 감안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